팀 버튼의 웬즈데이 vs 에드가 라이트의 스콧 필그림
팀 버튼의 웬즈데이 vs 에드가 라이트의 스콧 필그림
팀 버튼의 웬즈데이 아담스는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까마귀 무도회에서 춤을 춘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 온몸의 관절을 꺾어가며 눈을 희번덕거리는 기괴한 안무. 주위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완전히 몰입한 그 모습이야말로 팀 버튼표 별종의 정수다.
에드가 라이트의 스콧 필그림은 토론토에 사는 23살 백수 베이시스트다. 꿈에서 본 무지개색 머리 여자 라모나를 만나 사귀려 하지만, 그녀의 사악한 전 남자친구 7명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게임 같은 상황에 놓인다. 스콧이 적과 싸울 때마다 "K.O.!" 글자가 화면에 떠오르고, 이기면 적이 동전을 떨어뜨리며 사라진다. 현실과 게임, 만화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세계다.
'별종'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표현한다. 버튼의 웬즈데이는 세상과 맞서며 자신의 어둠을 지키려 하고, 라이트의 스콧은 자신의 찌질함을 극복하며 성장하려 한다. 둘 다 사회 주류에서 벗어난 이상한 존재들이지만, 그들이 걷는 길과 도달하는 곳은 완전히 다르다.
네버모어 아카데미 vs 토론토두 곳의 별종 놀이터
네버모어 아카데미
팀버튼의 웬즈데이 속 배경인 네버모어 아카데미는 별종들을 위한 기숙학교다. 늑대인간, 뱀파이어, 세이렌, 심령술사들이 다니는 곳인데, 그 안에서도 웬즈데이는 독보적으로 어둡다. 팀 버튼이 만든 이 학교는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를 고딕 호러로 재해석한 느낌이다. 높은 첨탑과 어두운 복도, 으스스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웬즈데이는 이곳에서도 남다르다. 룸메이트인 늑대소녀 이니드가 K-POP(처음 듣고 귀를 의심했다. 왜?덜덜슨)을 틀고 알록달록한 장식으로 방을 꾸미면, 웬즈데이는 자신의 침대 공간을 완전히 흑백 무채색으로 바꿔버린다. 냉소적인 말투로 이니드의 "브이로그 하는 습관"을 공격하지만, 이상하게도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토론토
스콧 필그림의 토론토(캐나다 토론토다.)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상은 게임과 만화의 논리로 돌아가는 도시다. 스콧이 사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갑자기 하늘을 날 수 있고, 밴드 연주가 적을 날려버릴 수 있으며, 사람이 죽으면 동전만 남기고 사라진다. 에드가 라이트는 이런 황당한 상황들을 아무런 설명 없이 당연한 것처럼 보여준다.
가장 큰 차이는 공동체에 대한 시각이다. 웬즈데이는 혼자서도 충분히 강하고 완전하다. 친구들이 있어도 그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싸다.) 반면 스콧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아주 찐따다.) 게이 친구 월러스의 집에 얹혀살고, 밴드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만 빛을 발하며, 심지어 적과 싸울 때도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고딕 vs 게임서로 다른 미학적 언어
버튼의 시각적 DNA: 30년간 이어진 고딕 미학
팀 버튼의 시각적 일관성은 마치 유전자처럼 작품마다 전수되어왔다. 에드워드 가위손(1990)에서 웬즈데이(2022)에 이르기까지, 그의 "버튼스럽다(Burtonesque)"는 미학은 하나의 시각적 언어로 진화했다.
버튼의 뿌리는 독일 표현주의 영화에 있다. 1920년대 유럽을 휩쓴 표현주의의 특징—날카롭게 과장된 배경, 그림자와 실루엣의 강한 명암 대비, 들쭉날쭉하고 기울어진 건축물이 그의 작품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에드워드 가위손에서 시작된 그의 시각적 공식은 명확하다. 1950년대 파스텔 톤 교외 주택가와 올블랙 가죽 수트를 입은 에드워드의 대비는 "순응 vs 개성"의 시각적 은유였다. 창백한 피부, 어두운 눈가, 뾰족하고 비틀어진 건축물이라는 그의 시그니처가 여기서 완성되었다.
웬즈데이에 이르러 버튼의 시각적 DNA는 새로운 차원에 도달한다. 웬즈데이의 댄스 시퀀스는 "기괴한 우아함"이 절정에 달한 순간이다. 더 크램프스의 'Goo Goo Muck'에 맞춰 관절을 꺾어가며 춤추는 모습은 단순한 바이럴을 넘어 "자기 표현의 상징"이 되었다.
라이트의 하이퍼키네틱 시네마
에드가 라이트의 스콧 필그림은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한다. 화면에 만화책의 언어를 그대로 가져온다. 싸움 장면에서는 "POW!", "BOOM!" 같은 글자가 튀어나오고, 장면 전환은 만화책의 컷처럼 나뉜다. 심지어 배우들에게 눈을 깜빡이지 말라고 지시해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라이트의 진짜 천재성은 편집에 있다. 그는 아주 사소한 일상 장면도 리듬감 있게 편집한다. 스콧이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하고 옷 입는 장면도 음악에 맞춰 똑똑 끊어서 보여준다. 지루할 수 있는 모든 순간을 재미있게 만드는 능력이다.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그의 편집 실력이 절정에 달한다. 주인공 베이비가 이명 때문에 항상 음악을 들어야 하는 설정인데, 모든 액션과 대화가 음악의 비트에 정확히 맞춰진다. 총소리, 자동차 엔진음, 심지어 와이퍼 소리까지 모든 게 음악과 싱크가 맞는다. 라이트는 이를 "자동차 추격 오페라"라고 불렀다.
성장하지 않는 공주 vs 성장해야 하는 청춘
두 감독의 가장 큰 철학적 차이는 변화에 대한 관점이다.
웬즈데이는 변하지 않는다. 아니, 변할 필요가 없다. 그녀의 어둠과 냉소, 독설은 그녀의 정체성 그 자체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그녀는 자신의 심령 능력을 발견하고 친구들과 가까워지지만, 근본적인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매력에 끌려들어간다.
스콧 필그림은 정반대다. 그는 반드시 성장해야 하는 캐릭터다. 처음에는 게으르고 이기적이며 책임감 없는 찌질이다. 10대 여자친구 나이브스와 사귀면서도 라모나에게 넘어가고,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라모나의 전 남친들과 싸우면서 점차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서 스콧은 문자 그대로 "extra life"(추가 생명)를 얻고 마지막 보스전을 다시 플레이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은 후에야 진짜 승리할 수 있다. 게임의 은유를 통해 성장을 그려낸 것이다.
시대적 맥락: 두 세대, 두 갈망
2020년대 웬즈데이:Z세대의 개인주의와 진정성 추구
Z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서 세련되고 완벽한 자기표현보다 진정성과 순수함을 선택한다. 웬즈데이의 폭발적 성공은 바로 이 갈망과 맞아떨어진 결과다. Ernst & Young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Z세대의 92%가 "자신에게 진실하고 진정한 모습"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소셜미디어는 무의미한 승인으로 가득한 영혼을 빨아들이는 공허함"이라고 직언하는 웬즈데이는 "좋아요"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그녀의 어둠과 냉소는 감당할 수 없는 학자금 부채와 기후 위기에 직면한 젊은이들의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서 진정성을 인지하는 것이 Z세대의 더 나은 정신 건강과 연결된다.
2010년대 스콧 필그림:경제 불안정 속 꿈을 포기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
2008년 금융위기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2009년 4분기 16-24세 근로자의 실업률이 19.1%에 달했다. 23세 백수 베이시스트 스콧은 이런 현실의 반영이었다. 23세라는 나이는 꿈이 미뤄지고, 친구 그룹이 흩어지며, 나쁜 만남들이 이어지는 나이다.
2010년 이후 경제가 1,160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했는데, 그 중 1,150만 개가 대학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콧 필그림의 인물들은 모두 커피 판매, 설거지, 소매업 등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74%가 이전 세대 대비 경제적으로 뒤처진 상태로 시작한다고 느끼는 현실에서, 스콧의 토론토는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도 창조적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밀레니얼의 공간이었다.
웬즈데이와 스콧 필그림은 각각 다른 시대적 위기에 대한 세대별 대응 방식을 보여준다:
- 밀레니얼(스콧 필그림): 경제적 불안정을 유희와 공동체를 통해 극복하려 시도. "함께 성장하기"
- Z세대(웬즈데이): 사회적 압박과 진정성 위기를 개인의 당당함으로 돌파. "혼자서도 완전하기"
스콧 필그림이 2010년대 밀레니얼의 현실을 포착했다면, 웬즈데이는 Z세대가 원하는 개인주의를 보여준다. 두 캐릭터 모두 시대의 아웃사이더지만, 스콧은 소속감을 통한 성장을, 웬즈데이는 독립성을 통한 해방을 추구한다.
왜 나는 이 두 감독을 좋아할까?
현대 사회에서 "정상"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웬즈데이처럼 자신의 다름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캐릭터나, 스콧 필그림처럼 성장 과정에서의 방황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캐릭터 모두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된다.
팀 버튼은 "다른 것이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주고, 에드가 라이트는 "다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버튼의 웬즈데이가 250억 틱톡 조회수를 기록한 것도, 라이트의 스콧 필그림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부활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서로 다른 표현이지만 목적은 같다.
두 감독은 정반대의 방법을 쓰지만 결국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네가 이상해도 괜찮다."
버튼은 "이상한 네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하고, 라이트는 "이상한 것도 성장의 과정이니까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한다. 웬즈데이의 우아한 고딕과 스콧 필그림의 게임 같은 유쾌함, 둘 다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별종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중요한 건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웬즈데이처럼 주위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춤을 추든, 스콧 필그림처럼 좌충우돌하면서도 결국 레벨업하든 말이다. 두 감독이 보여준 별종들의 세계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덧붙여, 에드 베이비 드라이버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