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AI 음악을 써도 괜찮은 플리가 있을까요?
AI 음악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도 고르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일본에선 AI 매장 BGM이 월 980엔짜리 상품으로 굴러가고 있어요. 써도 되는 음악인지 확인하는 법과 우리 매장에 맞는지 가리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얼마 전에 카페 AI 배경음악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글을 하나 썼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유튜브에서 긁어온 네 시간짜리 AI 플레이리스트는 며칠이면 손님에게 들키고, 손님은 항의 대신 발길을 끊는다는 얘기였어요.
쓰고 나서 제 안에서 반문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그럼 AI 음악은 무조건 안 되는 건가.
솔직히 그렇게 말하면 편합니다. 근데 사실이 아니에요. 일본에서는 AI로 만든 매장 BGM이 이미 월 구독 상품으로 팔리고 있고, 쓰는 매장도 늘고 있습니다. 손님이 뛰쳐나갔다는 얘기는 안 들리고요.
같은 AI인데 한쪽은 매장을 망치고 한쪽은 굴러갑니다. 뭐가 다른지 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월 980엔짜리 상품입니다
주식회사 이지(Easy)가 운영하는 BGM Pro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AI로 제작한 오리지널 음원 약 5,000곡을 매장용으로 제공하고, 요금은 월 980엔부터예요. 전곡 상업적 사용이 가능하고 JASRAC 같은 저작권 단체에 별도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합니다. 2026년 6월에 유료 계약 점포 100곳을 넘겼습니다.
100개면 큰 숫자는 아니죠. 다만 성립한다는 게 확인된 숫자입니다. 유료로 돈 내고 쓰는 매장이 계속 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여기서 질문이 뒤집힙니다. 유튜브에서 받아온 AI 플레이리스트와 BGM Pro의 AI 음원은, 만드는 도구로 치면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둘 다 생성 모델이 뽑아낸 곡이에요. 그런데 결과가 갈립니다.
갈리는 건 도구가 아니라 편집입니다
차이는 딱 하나예요. 한쪽은 누군가 골랐고, 한쪽은 아무도 고르지 않았습니다.
5,000곡을 매장용으로 정리한다는 건 그 앞에서 훨씬 많은 곡을 버렸다는 뜻입니다. 가사가 이상한 곡, 후렴이 안 닫히는 곡, 같은 소재가 겹치는 곡을 걸러내는 작업이 들어갔다는 거죠. 유튜브의 네 시간짜리 영상에는 그 과정이 없습니다. 뽑고, 붙이고, 올립니다. 거를 이유가 없어요. 조회수는 곡의 품질이 아니라 썸네일과 제목이 만드니까요.
산업도 같은 지점에 선을 그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1년 동안 스팸으로 판정한 트랙 7,500만 곡을 삭제했어요. 그런데 같이 발표한 정책을 보면, AI를 썼다는 사실 자체를 벌점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DDEX 규격으로 AI 사용 여부를 크레딧에 표기하게 하되, 그 표기가 불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명시했죠. 걸러내는 대상은 대량 업로드, 중복, 메타데이터 조작, 비정상적으로 짧은 트랙이에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로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손을 댔느냐가 기준이에요. 플랫폼이 먼저 그렇게 정했고, 손님 귀도 결과적으로 같은 걸 잡아냅니다.
그러니까 "AI 음악을 써도 되나"는 질문이 잘못 세워진 겁니다. 제대로 세우면 이렇게 돼요. 이 플리는 두 개의 관문을 통과했나.
첫 번째 관문: 이거 써도 되는 음악인가
감각 얘기 전에 권리부터 보죠. 여기가 생각보다 많이 엉켜 있습니다.
공연권료는 안 붙을 수 있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에 등록되지 않은 순수 AI 생성 음원은 협회의 관리 저작물이 아니라서 공연권료 징수 대상에서 빠집니다. AI 음원만 취급하는 서비스들이 "매장 재생 자유"를 내세우는 근거가 여기예요.
그런데 공연권료를 안 낸다는 게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두 개가 더 걸립니다.
하나는 플랫폼 약관이에요. 유튜브를 비롯한 일반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약관은 개인적·비상업적 이용만 허용합니다. 재생하는 음원이 AI든 사람이든 상관없어요. 매장에서 틀면 그 자체로 약관 위반입니다. 저작권과는 별개의 문제인데, 이걸 모르고 계신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다른 하나는 생성 도구의 이용 조건이에요. 이게 최근에 크게 바뀌었습니다.
2025년 11월, 워너뮤직과 수노(Suno)가 소송을 마무리하면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조건에 이런 게 들어갔어요. 무단 학습 모델은 전부 폐기하고, 다운로드는 유료 계정으로 제한하고, 무료 계정에서 만든 곡은 상업적 사용을 금지한다. 유니버설과 유디오(Udio)도 비슷한 시기에 합의를 봤고, 소니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고요.
무슨 뜻이냐면, "공짜로 뽑았으니 공짜로 쓴다"는 논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무료 AI 플레이리스트가 어떤 계정에서 어떤 모델로 만들어졌는지 매장 주인이 알 방법은 없어요. 모르는 상태로 상업 공간에서 트는 거죠.
한국 저작권법에는 아직 AI 생성물에 대한 명시 조항이 없습니다. 회색지대라는 말이 정확해요. 다만 회색지대에서 안전한 쪽에 서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누가 상업적 사용을 문서로 허락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이 나오면 통과, 안 나오면 탈락입니다. 그게 매장음악 서비스든 라이선스 음원 라이브러리든 AI 전용 BGM 서비스든 상관없어요. 기준은 도구가 아니라 문서입니다.
두 번째 관문: 우리 매장에 맞는 음악인가
권리를 통과했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이제 귀 차례죠.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걷어내고 가겠습니다. 매장 음악은 좋은 음악을 트는 일이 아니라 맞는 음악을 트는 일입니다. 이건 취향 얘기가 아니라 실험으로 확인된 겁니다.
에이드리언 노스(Adrian C. North)와 데이비드 하그리브스(David Hargreaves) 연구팀이 1999년에 슈퍼마켓 와인 코너에서 한 실험이 유명합니다. 프랑스 음악을 틀면 프랑스 와인이, 독일 음악을 틀면 독일 와인이 더 팔렸어요. 프랑스 음악을 튼 날엔 프랑스 와인이 독일 와인을 5대 1로 앞질렀습니다. 손님들은 음악이 프랑스풍이라는 걸 알아채지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찰스 아레니(Charles Areni)와 데이비드 킴(David Kim)이 1993년에 와인 매장에서 클래식과 탑40 팝을 번갈아 틀었는데, 클래식을 튼 날 손님들이 더 비싼 와인을 골랐습니다. 병 수가 늘어난 게 아니라 단가가 올라간 거예요.
이 실험에서 제일 재밌는 대목은 결과가 아니라 인터뷰입니다. 44명 중에 음악을 구매 이유로 먼저 언급한 사람이 한 명이었고, 음악이 선택에 영향을 줬냐고 직접 물었을 때 86%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손님은 음악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음악에 반응할 뿐이고, 반응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 손님들은 음악 신경 안 써요"라는 말은 관찰이 아니라 착각에 가까워요. 신경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의식을 안 하는 것이고, 그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까 두 번째 관문의 질문은 "이 곡이 좋은가"가 아닙니다. 이 소리가 우리가 파는 것과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가. 스페셜티 원두를 내리면서 정체불명의 로파이를 트는 건, 프랑스 와인 코너에서 독일 음악을 트는 것과 같은 종류의 어긋남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고르나
관문 두 개를 실무로 옮기면 이렇게 되죠.
하나, 세트로 듣습니다. 한 곡 듣고 판단하면 무조건 통과합니다. AI 음원은 한 곡 단위로는 멀쩡하거든요. 최소 30분, 곡으로 치면 여덟에서 열 곡을 연달아 들어보세요. 문제는 반복에서만 드러납니다.
둘, 소재 반복을 셉니다. 30곡을 들으면서 가사에 나오는 소재를 적어보세요. 커피, 비, 계절, 요일. 같은 단어가 다섯 번 넘게 돌아오면 그 플리는 며칠 안에 들킵니다.
셋, 시간대를 나눕니다. 하루를 한 덩어리로 틀지 마세요. 오전 작업 시간대는 보컬 없는 곡, 오후 대화 시간대는 보컬이 있어도 가사가 튀지 않는 곡, 마감 한 시간 전은 템포를 살짝 올립니다. 파일 세 개면 되고, 이것만 해도 체류 시간 설계가 시작됩니다.
넷, 직원에게 묻습니다. 이게 제일 확실한데 제일 안 하는 방법이에요. 사장님은 매장에 하루 종일 있지 않지만 직원은 있습니다. 한 주 돌려보고 "이 음악 어때요"가 아니라 "이 중에 지겨운 곡 있어요?" 라고 물어보세요. 질문을 바꿔야 답이 나옵니다.
다섯, 상업 사용 근거를 파일로 남깁니다. 서비스 약관 페이지를 캡처하든 계약 메일을 보관하든, 나중에 물어봤을 때 꺼낼 게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그 플리는 첫 번째 관문에서 이미 떨어진 겁니다.
돈은 얼마나 드나
현실적인 숫자를 보죠.
국내 매장음악 서비스 기준으로, 비즈멜론 커피전문점 요금은 영업 면적 50~99㎡에서 월 23,000원입니다. 여기에 공연권료가 별도로 붙는데 같은 면적 구간이 월 4,000원이에요. 합쳐서 월 27,000원 정도. 서비스에 따라 공연권료를 포함해 파는 상품도 있습니다.
앞서 본 일본 AI BGM은 월 980엔부터였습니다. 환율을 대충 잡아도 1만 원이 안 되죠.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이유는 단순해요. 무엇에 대한 값이냐가 다릅니다. 매장음악 서비스는 실제 가수가 부른 곡을 틀 권리를 사는 거고, AI BGM 서비스는 생성물을 틀 권리를 사는 겁니다. 손님이 아는 노래가 나오느냐 아니냐의 차이죠.
어느 쪽이 맞는지는 매장이 정합니다.
- 손님이 흥얼거리고 샤잠을 돌리는 게 자산이 되는 공간이면, 아는 곡이 나와야 합니다. 그럼 매장음악 서비스입니다
- 소리가 배경으로 물러나 있어야 하는 공간이면, 편집된 AI 음원도 답이 됩니다
틀린 답은 하나뿐이에요. 아무도 고르지 않은 걸 트는 것.
그래도 걸리는 게 있습니다
여기서 정직하게 짚고 갈 게 있어요. 비용과 감각만으로 정리하면 빠지는 얘기가 있습니다.
AI 음악이 매장에 깔릴수록, 그 자리에 있었을 연주자와 작곡가의 몫이 줄어듭니다. 이건 감정적인 주장이 아니라 이미 분쟁으로 올라와 있어요. 미국 음악인 노조(AFM)는 유니버설과 워너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소속 연주자들의 녹음이 보상도 크레딧도 없이 AI 회사에 라이선스됐다는 이유예요. 레이블과 AI 회사가 합의를 봤는데, 정작 그 소리를 만든 사람들은 빠져 있었다는 겁니다.
이 문제를 제가 매장 주인 대신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판단 재료는 드릴 수 있어요.
편집된 AI BGM을 쓰는 건 합법이고, 지금 시점에서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동시에 그 선택이 산업의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는지도 알고 하는 게 맞습니다. 모르고 하는 것과 알고 하는 것은 결과가 같아도 다른 일이에요.
적어도 이건 말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출처 불명의 4시간짜리를 받아다 트는 건, 이 두 진영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고른 겁니다.
좋은 매장은 음악을 고르지 않고 정합니다
플리를 고른다는 말이 좀 가볍게 들릴 때가 있죠. 어차피 배경음이니까요.
그런데 앞에서 본 실험들이 말하는 건 정반대예요. 손님은 음악을 듣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음악이 만든 공기 속에서 판단합니다. 얼마짜리 와인을 살지, 여기 얼마나 앉아 있을지, 다음 주에 또 올지를요. 그러고는 음악 때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44명 중 43명이 그랬듯이요.
그러니까 매장 음악은 고르는 게 아니라 정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우리 공간이 어떤 소리를 내는 곳인지 결정하는 것이고, 그 결정을 안 하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대신 해줍니다.
AI로 만든 곡을 써도 됩니다. 통과해야 할 게 두 개 있을 뿐이에요. 써도 되는 음악인지, 그리고 우리 매장에 맞는 음악인지.
저는 요즘 카페에 들어가면 3분쯤 가만히 앉아서 스피커부터 듣습니다. 커피가 나오기 전에 그 집이 어떤 집인지 대충 알겠더라고요. 원두 얘기를 꺼내기 전에 이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