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먼지 쌓인 이야기를 꺼내본다. 낭만일 수도 치기어린 반항일 수도 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확실한건 나는 현실감각이 부족했던 10대였지만 결과는 꽤 괜찮았다는거다.
내 모교, 대부분의 반에는 인생이 아니라 성적을 위한 급훈이 붙어있었다. '평범'하게도 말이다. 나는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모두가 같은 길을 향해 달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 길(정확히는 수능을 위한 공부)이 내게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만의 대입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 역시 시스템 안에서의 방법이지만 적어도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안,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 헤맸다. 디자인과를 2년 가까이 준비하던 내가 고3 초입에서 갑자기 사진과로 방향을 틀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냉담했다. (나라도 그러겠다.) 하지만 나는 믿었다. 이게 내게 맞는 방향이라고.
(중략..)
졸업식 날, 담임 선생님의 손편지를 받았다. "네가 옳았다."라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 동안 미워했던 마음이 순간 녹아내렸다. 선생님도 알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삶을 위한 교육이라는 것을.
지금도 나는 그 선생님께 감사하다. 나를 존중해 주시고, 끝내 내 선택을 인정해 주셨기에. 그 손편지는 여전히 내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져 있다. 가끔 그걸 꺼내볼 때면,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수학이 아닌 이상, 삶과 관련된 문제에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