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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호 디자이너: 제품·리빙·공간을 잇는 작업을 읽는 법

최중호 디자이너가 학생 시절의 BMH 갤러리와 팬택 경험에서 출발해 제품·리빙·공간·브랜드로 작업을 넓혀온 흐름을 공개 인터뷰와 매거진 자료로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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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호를 ‘가구 디자이너’나 ‘공간 디자이너’ 하나로 부르면 작업의 흥미로운 부분이 빠집니다. 그의 작업을 따라가면 제품, 리빙, 공간, 브랜드가 번갈아 등장하지만, 매번 바뀌는 것은 형식이고 중심에는 산업 디자인의 태도가 남아 있어요.

이 글은 최중호의 작업을 순위로 매기거나 한 가지 스타일로 고정하지 않습니다. 공개된 인터뷰와 매거진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기준으로 그의 프로젝트를 보면 연결이 보이는지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정리합니다.

출발점은 ‘멋진 물건’보다 쓰이는 구조다

디자인플러스 인터뷰에 따르면 최중호는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재학 중이던 2008년 디자인 그룹 아이디얼그라피를 결성했고, 이듬해 작업한 청사초롱 조명이 해외 디자인 매체에 소개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스튜디오 작업과 인하우스 디자인을 병행하며 제품 개발의 현실도 함께 경험했어요.

이 이력은 그의 작업을 볼 때 꽤 중요한 단서입니다. 조형을 하나의 이미지로 끝내기보다, 생산·유통·사용 환경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까지 생각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중호의 프로젝트는 물건 하나의 형태보다 물건이 놓이는 관계를 볼 때 더 잘 읽힙니다.

양산을 배우며 독립성을 지키던 시기

초기 서사는 ‘학생 시절에 스튜디오를 열었다’는 한 줄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그는 학업과 팬택의 스카이 멤버십, BMH 갤러리 활동을 함께 했고, 이후 팬택에서 일하며 스튜디오를 병행했습니다. 스스로 산업 디자이너라면 대량생산의 과정을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판단했던 시기입니다.

BMH 갤러리에서 실제 가구와 조명을 만들어볼 기회를 얻은 경험도 중요합니다. 콘셉트를 화면 안에서 끝내지 않고, 제작과 사용의 조건까지 만져봤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아이디얼그라피를 통해 전시와 페어에 참여한 일 역시, 완성된 물건을 세상에 내놓고 반응을 받는 연습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두 경로는 서로 반대가 아니었습니다. 기업 안에서는 제품이 생산·유통·사용되는 현실을 배웠고, 독립 활동에서는 리빙과 가구가 창작자의 이름을 드러내는 방식을 탐색했습니다. 최중호의 이후 작업이 ‘합리적인 산업 제품’과 ‘개성이 보이는 리빙’ 사이를 자주 오가는 이유도 이 시기에 생긴 긴장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품에서 공간으로 갈 때도 질문은 같다

매체가 달라져도 질문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손이 어디에 닿는가, 여러 사람이 어떻게 쓰는가, 반복 생산해도 경험이 무너지지 않는가. 디자인플러스가 소개한 공유 주거 프로젝트와, <럭셔리 M>이 변곡점으로 짚은 2018년 ‘테이블 t’able’은 이 흐름을 보는 좋은 지점입니다.

공간을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기보다, 반복되는 생활 단위로 해석하려는 관점이 보입니다. 여기서 산업 디자인은 작은 제품에만 머물지 않아요. 여러 사람이 쓰는 공간의 단위, 가구의 배치, 브랜드가 남기는 촉감까지 연결하는 언어가 됩니다.

공간은 벽보다 먼저 가구에서 시작됐다

공간 작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도 갑작스러운 도약보다 작은 신뢰의 축적이 보입니다. 최중호는 이전에 가구를 디자인했던 클라이언트와의 호흡을 바탕으로 보버라운지의 공간까지 맡게 됐다고 회고합니다. 유행하던 빈티지 인더스트리얼에서 벗어나 북유럽과 프렌치 무드를 섞어 보려 했던 초기 실험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간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그는 공간을 조명·가구·집기가 잘 연출되는 플랫폼으로 보고, 가구는 벽체보다 이동과 재배치가 쉬워 공간의 성격을 유연하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공간에 자신의 가구를 함께 놓는 이유도 이 관점에서 이해됩니다.

그래서 보버라운지, 공유 주거, 리조트처럼 규모가 다른 프로젝트를 하나의 스타일로 묶기보다, ‘사람과 공간 사이에 어떤 제품을 놓는가’라는 질문으로 묶는 편이 좋습니다. 공간의 사진보다 의자·조명·수납이 사용자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면 작업의 연결이 더 잘 보입니다.

브랜드 협업은 로고를 더하는 일이 아니다

최중호의 최근 작업을 읽을 때 레어로우와의 관계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디자인플러스는 2021년 리브랜딩에서 그가 브랜드의 ‘레어 그린’을 정의하고 정체성 구축에 참여했다고 소개합니다. 이후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해 제품, 공간, 콘텐츠를 함께 다루는 방향을 맡았습니다.

이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붙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색 하나, 가구 하나, 플래그십 공간 하나가 서로 따로 놀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브랜드를 볼 때도 결과물의 분위기보다, 제품·공간·커뮤니케이션이 같은 기준을 공유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연결은 결국 설득의 문제다

최중호의 인터뷰에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산업 디자인’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이 표현을 작품 해설로만 읽으면 아쉽습니다. 그가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제품을 예쁘게 설명하는 기술보다, 서로 다른 욕구를 같은 프로젝트 안에 남겨두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기업이 새 브랜드를 만들 때와 개인 사업자가 매장 하나를 열 때는 같은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없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초기에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나 방향과 과정을 설계한다고 말해요. 디자이너의 취향만 관철하는 대신, 클라이언트·소비자·디자이너 사이에서 무엇을 조정할지 정하는 역할입니다.

이 지점이 제품과 공간, 브랜드를 가로지르는 작업의 실제 접점입니다. 산업 디자인의 확장은 범위를 넓히는 선언이 아니라, 프로젝트마다 다른 이해관계와 생산 조건을 끝까지 해석하는 능력에서 시작됩니다.

최중호의 작업을 볼 때 던질 네 가지 질문

작품을 볼 때 ‘최중호다운 형태’를 찾기보다 다음 질문을 붙여보면 좋습니다.

  1. 이 프로젝트에서 반복해서 쓰일 단위는 무엇인가.
  2. 물성이나 색은 장식인가, 사용 경험을 규정하는 장치인가.
  3. 제품·공간·그래픽 중 어느 하나가 다른 결과물을 설명해 주는가.
  4. 브랜드의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운영 가능한 기준이 남았는가.

이 질문은 최중호 한 사람을 읽는 법이면서, 동시에 산업 디자인이 확장되는 방식을 읽는 법이기도 합니다. 좋은 큐레이션은 대단한 이름을 한 줄 더 적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프로젝트 사이에 이미 놓여 있는 연결을 발견하게 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한 번의 협업이 브랜드의 시간이 될 때

레어로우와의 관계는 이 글의 가장 좋은 후반부입니다. 공개된 자료를 따르면, 최중호는 2021년 리브랜딩에서 브랜드의 시그니처 컬러 ‘레어 그린’을 정의하는 데 참여했고, 이후 가구 프로젝트를 거쳐 2025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습니다. 처음부터 브랜드 전체를 맡은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결과물이 쌓여 역할의 범위가 커진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의 물건을 보면 연결이 더 선명해집니다. 레어로우 10주년 프로젝트의 에케 트롤리는 서랍의 방향과 높이를 사용자가 조정할 수 있게 했고, 파사데나는 아웃도어 철제 가구로 물성의 쓰임을 넓혔습니다. 레어로우의 과거 인터뷰에서도 최중호스튜디오와의 협업은 색과 금속 디테일뿐 아니라, 사용성과 생산 과정의 조율을 함께 통과한 결과로 소개됩니다.

그래서 이 사례는 ‘유명 디자이너가 브랜드에 합류했다’는 소식보다, 브랜드가 단일 제품과 색, 쇼룸, 콘텐츠의 기준을 얼마나 오래 함께 다듬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브랜드의 완성은 선임 발표가 아니라 이후에도 같은 기준이 제품과 공간에서 살아남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한 공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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